점차 쓸모를 잃어 그대로가 된다.
말이 궁지에 몰려있을 때 내 몸은
그 몸짓 하나만을 위하여
길목마다 작은 숨을 곳곳에 놓아 두었다.
'잉여 없는 완전소진뿐이야'
웃음과 울음은 힘을 잃었고
작은 움직임은 바람만 민감하게 불어 일으키고 있다.
돌아온 눈이 작은 소리로 숨을 들이키자
오장은 생의 기운으로 가득해진다.
"살아있으니 나를 위하는 것으로 세상을 지극히 위하겠다!"
굳센 다짐이 내 앞의 공기를 남김없이 들이키려 한다.
밤새 허공에 띄워놓은 쓸모는
좀처럼 공기와 섞이지 못한 채 나의 주위만 맴돈다.
숨이 좀처럼 내쉬어지질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비틀어'
'이해받지 못할 이상이라면
눈을 감아 마음을 비틀고'
'눈조차 마주하지 않으려한다면
짙은 감사를 표할 최선을 다해 움직여'
"물과 같은 몸이 될 수있음을 위안삼거라.."
개운하게 기억에서 벗어난다.
작은 몸이 창 밖에 뜨이는 그 날
복잡할 것 없이 소박한 그 자리에,
멍하니
그대로가 되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