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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욕설

2012. 10. 21. 19:29 from 닿지않을곳에부침

 

그렇게 30분.
누군가는 나에게 욕을 해주기 위해 30분을 서성인다.

고요한 방 안에서 수화기 하나 잡았을 뿐인데,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를 타고 지나갔다. 이때다 싶어 기침도 한 번 했다.

욕을 온 몸으로 삼켰다.
욕은 본래 나의 것처럼 잘 맞았다. 내 입에 꼭 맞았고, 내 몸에 꼭 맞았다. 입맛도, 맵시도 잘 살았다.

욕의 영양 덕분에 새 살이 조금씩 차오른다. 새 살은 어짜피 내 것이 아니었지 않은가. 예쁘게 핀 이 살을 잘 떼내어 상처입힌 그 살에 잘 꿰 맞춰주고 싶다.

오늘은 욕이 마음에 든다.

마음으로 듣고 싶었던 욕이 귀에 들리고 몸에 받혀 좋다.
그대로 살이, 살에 피어 올라 희망을 느끼게 하여 그 또한 좋다.

알고는 있지만 외칠 수 없는 모든 것을 그대로 전해 들으니 더욱 아프고, 그대로 말해주니 고맙다.

 
오늘은 ㅂ과ㅅ의 사이에 존재한다.

 

 

 

아주 단단하고 무거운 욕설들만이 나를 잘 알고 있다.

 

 


Posted by munsu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