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다음 날이자 도보순례 전 날.
여러모로 쉼이 필요한 날이다.. (의미부여는 인생의 커다란 축이다.)
멍하니 쉬는 것은 할 것이 못되니
4박5일간의 도보순례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며 쉰다.
더하여 4박5일동안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신체의 필수영양소를 충족(지방의 축적..)시키기 위해
내일이 밝아오기 전, 만찬을 즐기려 한다.
먹거리로 변할 수 있는 재료들이 워낙 많았고,
재료를 먹거리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도 많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찬을 기하는 날이라
미각에 대한 지극한 예를 다하기 위해 능력자를 초빙한다.
기꺼이 뽐내주셨고 감사히 받들어 맛있게 먹어 보답했다.
식생활은 나의 생명과 결부되어 있고,
동시에 타인의 생명과 강력히 엮여 있기도 하다.
(현대문명 속에서 지극히 간단한 원리로 일어나는 일들, 식량은 그저 식량으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육식, 플랜테이션 농업 등의..)
그보다, 매 번의 고민과 선택 속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습관이라는 것이 현실에서는 더 가깝게 와 닿는다.
혼자만 해도 복잡할 것을 둘이되고 셋이 되면 논의와 타협이 필요해져 그 복잡함이 배가 되버린다.
물론 이러한 고민들은 경제적, 선택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나 가능하겠지만
어느 상황이건 식생활은 누군가에게 굉장한 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안그래도 복잡한 식생활 과정을 영위하는 가운데서 나로 인해
새로운 걱정거리를 짊어 지게 되는 것은 그대들에게도 나에게도 불편한 순간일 수도 있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 정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고맙네 참,' 하고 되새긴다.
과민할 수 밖에 없는 통념 속에서
보다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이뤄주는 당신들이 좋았다.
될 수 없는 것보다는 될 수 있는 것을 바라보는 편이 많은 순간 서로에게 이롭다.
먹을 수 없는 것보다 먹을 수 있는 것을 봐주는 편이 깊이있다.
즐겁게 먹었고, 즐겁게 불렀고, 즐겁게 들었다.
만반의 준비를 해서 한 끼를 먹었다.
한 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 아니고
즐겁게 만반의 준비를 했고 즐겁게 한 끼를 먹었다.
우리의 과정은 결과를 위함이 아니었다.
과정을 결코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과정을 즐겼고, 그래서
과정이 좋았고 과정을 좋게만들었다.
항상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잔치를 만드는 것도 우리지만
잔치의 신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우리 서로였다.
서로의 밝은 감정을 자극하는 웃음소리는 분명 서로의 목청이었다.
익숙한 것들에게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견고한 신경의 날세움이 익숙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관계에 있어, 사랑에 있어 그 정도의 민감함 정도는 가져야하지 않는가.
더욱이 입가와 눈가의 탄성을 자주 시험해보려면.
저녁에 밥을 먹어도
자기 전 간식은 놓치지 않고 꼬박이다.